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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규제가 문제라고?… #34샌드박스는 무너졌냐?#34
작성일 2019.10.18


규제가 문제라고?…"샌드박스는 무너졌냐?"

김준동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매일경제신문, 10월 17일자


 
'들이대면 결제된다.' 얼굴로 결제하는 '페이스 페이(Face Pay)'가 곧 규제를 뚫고 한국에 첫선을 보인다. 3D 카메라를 활용해 눈, 코, 턱 간 거리 등 얼굴 정보를 시스템에 등록하면 '얼굴 들이대기'만으로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결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자금융거래법상 비대면 실명확인 절차가 좁게 제한돼 기술력이 있어도 '페이스 페이'를 선보이기 어려웠다. 그러다 이달 초 금융당국이 '애플리케이션(앱) 인증으로 2년만 해보자'면서 그간 설론(舌論)에 갇혔던 페이스 페이의 명(明)과 암(暗)을 현장에서 저울질할 수 있게 됐다. 간편하다는 '혁신성'과 오결제라는 '위험성'을 서로 비교해보자는 것이다.

 

사실 '페이스 페이' 실험은 규제개혁 선진국 영국에서 2년 먼저 시작됐다. 한 스타트업이 '얼굴 인식'을 통한 결제 시스템을 개발해 규제 샌드박스(Sandbox) 승인을 받아 테스트를 완료했다. 시차는 있었어도 결국 영국도 한국도 샌드박스로 물꼬를 튼 셈이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노는 모래놀이터처럼 샌드박스 제도는 기업들이 혁신적 아이디어를 마음껏 구현하도록 일정 기간 규제를 유예해주는 제도다. 대신, 소비자에 피해를 줄 위험도 있으니 테두리(box) 안에서만 해 보라는 얘기다. 실제 샌드박스 '종주국' 영국은 3년 전 제도시행 이래 131개의 혁신 아이디어가 사업화됐다.

 

시행 10개월째 한국의 규제 샌드박스는 시행 초기임에도 '거의 유일한 희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올해 1월 산업융합법과 정보통신융합법을 시작으로 산업부와 과기부, 중기부, 금융위 등 4개 부처에 샌드박스로 가는 문이 열렸다. 영국은 혁신금융 1곳만 문을 열었지만, 우리는 4개 문을 연 셈이다.

 

한국형 혁신 성과도 전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공유주방'. 특급 셰프를 꿈꾸며 음식점을 하고 싶어도 '비싼 임차료'가 큰 허들이었지만 이를 우회할 대안 하나가 샌드박스를 통해 나온 셈이다. 식약처가 식품위생법상 '사업자마다 주방이 있어야 한다'는 조항을 '여러 사업자가 1개 주방을 공유할 수 있다'로 특례를 주면서 '4평의 기적'이 시작됐다. 공유주방 내 한 스타트업은 "한 달 월세가 100만원이었는데 60만원으로 해결했다. 700만원 들었던 냉장고·오븐 등 시설비도 4평 주방에선 월 20만원"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한국의 샌드박스 승인 건수는 127건으로 영국 3년치(131건)에 육박한다. 그만큼 '한국 스타트 업계가 다이내믹하다' '정부의 해결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규제가 많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덧붙여 '더 좋은 규제 해결 키트(Kit)로 자리 잡기 위해 제도적 튜닝도 필요하다'는 스타트업들의 생각도 전달하고 싶다. 먼저 민간심사 채널을 하나 더 만들어 문을 넓히는 것은 어떨까. 지금은 주무부처 심사를 받기 전 '어렵고 복잡한 공문서로 사업모델 설명' '입체적 법률검토' '해외사례 비교' 등 스타트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관문들을 통과해야 한다.

 

소극 행정도 문제다. 담당 사무관·과장 입장에서는 사실 잘돼도 크게 얻는 것 없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만 질 수 있으니 심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 수 있다'는 한 사무관 말이 생각난다. 이렇다 보니 '위험성이 작은 사례만 통과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는다.

 

홍보도 문제다. 아직 초기다 보니 스타트업도 공무원도 샌드박스의 존재조차 몰라 '행정소송을 해야 하나' '법령 바꿔달라고 국회를 가야 하나'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민간채널 확대'는 이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있다.

 

요즘 한 배우의 영화 속 명대사가 유행이다. "올림픽대로가 막힐 것 같습니다"는 운전기사 얘기에 조폭 두목은 "마포대교는 무너졌냐"라고 답한다. 국회가 열리든 열리지 않든 샌드박스에 불가능은 없어 보인다. 담당부처의 의지만 있다면 말이다. "샌드박스는 무너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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