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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산업정책의 부활
작성일 2021.04.21

'산업정책'의 부활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매일경제신문, 4월 21일자

 

지난 30여 년간 외면받아온 산업정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산업정책은 신자유주의 확산과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터부시돼 왔으나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세계 주요국은 `산업전략(Industrial Strategy)`이라는 개념 아래 핵심 산업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부 창출과 일자리 확대를 위해 취했던 제조업 리쇼어링 정책에 더해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소재와 부품 공장을 자국 내에 두겠다는 정책적 전환(CIMFY·Crucial Industry in My Front Yard)이 가속화되고 있다.

새로운 산업전략 모델은 중국이 원조 격이다. 중국은 이미 2015년 `중국제조 2025`를 발표하고, 반도체, 로봇 등 10대 전략산업을 선정해 천문학적 수준의 보조금과 각종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15.9%인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로 대대적인 투자도 단행하고 있다. 지속되고 있는 미·중 갈등에도 불구하고 14차 5개년(2021~2025년) 계획에 중점투자 기술 중 하나로 반도체를 포함시켜 반도체 굴기를 이어갈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에 자극받은 미국도 핵심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자국 내 반도체 공장 설립을 장려하기 위한 반도체생산촉진법(CHIPS for America Act)을 제정하고 예산 확보에 나섰다. 여기에 반도체 제조시설 보조금 증액과 R&D 지원금을 50억달러 규모로 조성하는 법안도 논의 중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반도체를 포함해 희토류, 배터리 등 핵심 품목의 공급망을 포괄적으로 점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달에는 1차 인프라스트럭처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전기차산업(1740억달러), 반도체산업(500억달러) 등에 대해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 의지를 밝혔다.

유럽연합(EU)의 지원 의지도 만만치 않다. 최근 디지털 전환 로드맵을 발표한 EU는 글로벌 반도체 점유율을 현재 10% 수준에서 2030년 20%까지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파운드리 해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500억유로 규모의 투자를 검토 중이며,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 부품의 역내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EU의 친환경차 보급 정책에 힘입어 폭스바겐 등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고 발 빠르게 전기차로 전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때 일본과 함께 산업정책의 선두주자였다. 그러나 1986년 특정산업 육성법을 모두 폐지하고 기능별 지원정책으로 전환하면서 산업 전반을 대상으로 한 R&D, 자금 지원만 해왔다. 최근 업계 건의에 따라 `BIG 3(미래차, 바이오·헬스, 시스템반도체)` 등 산업별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경쟁국에 비하면 지원 수준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한 예로 2014년부터 4년간 주요 반도체 기업 매출액 대비 정부 지원금 비중을 비교해보면 중국 SMIC는 6.6%, 미국 마이크론은 3.3%였던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0.8%, 0.5%에 그쳤다고 한다.

뒤늦게나마 반도체지원특별법 추진 결정을 환영한다. 그렇지만 우리 정부는 핵심 산업 육성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 LCD 산업이 중국에 추월당한 이유 중 하나는 정부의 지원 부족 때문이다. 중국이 디스플레이 공장 용지에 대한 무상 지원과 세제 혜택을 퍼붓는 동안 우리는 각종 인허가와 규제 완화에 인색했다. 민주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중국보다 더 강한 지원을 기대하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OLED 등 우리 핵심 산업을 또 중국에 내주게 될지도 모른다. 지난 산업발전 과정에서 얻은 가장 귀중한 교훈은 "한번 떠난 산업은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제조업의 업종별 생태계 발전을 위한 정부 차원의 파격적인 산업전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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