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띄기
상단메뉴 바로가기 왼쪽메뉴 바로가기 메인 본문 바로가기

익산상공회의소

경제칼럼

경제칼럼 상세보기
제목 한일관계, 경제로 매듭 풀자
작성일 2021.11.24

한일관계, 경제로 매듭 풀자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매일경제신문, 11월 24일자

 

한일 갈등 관계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과거사 문제, 위안부 보상, 강제징용 소송, 원전수 방출 등 대형 악재들은 아직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신임 총리는 의회 첫 연설에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다.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서라도 일관된 입장으로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6900자에 달하는 그의 연설문 안에 한일 관계 언급은 단 두 문장에 불과했다. 한국의 태도 변화가 양국 관계 개선의 선행조건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일본 자민당이 지난달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일본 내각 입장에서 보면 이번 선거 결과는 향후 안정적인 국정 운영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핵심 지지자 대부분이 일본의 보수 계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상황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그동안 유지해온 외교정책의 틀과 방향을 갑자기 바꾸기도 쉽지 않다.

반면 한일 양국 관계를 정치·외교가 아닌 경제협력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양국의 교역과 투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올 1월부터 9월까지 양국 간 무역 규모는 전년 대비 19% 증가했고, 같은 기간 일본의 대한(對韓) 직접투자 또한 전년 대비 26.2% 늘어났다. 양국 기업의 협력 사례들도 꾸준하다.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은 현재 일본에서 월 80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았다. SK그룹은 일본의 친환경 소재 기업 TBM과 합작회사 'SK티비엠지오스톤'을 올해 설립해 플라스틱 대체 소재 양산을 위한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경제·산업적 측면에서 닮은 부분이 많아 미래 과제에 대한 협력의 여지가 클 수밖에 없다. 먼저 두 나라는 공통으로 제조업 비중이 높은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친환경 산업구조 전환,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공통 과제로 안고 있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와 저출산을 경험하고 있는 것도 비슷하다. 2020년 기준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28.7%,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각각 세계 1위다. 양국이 비슷한 어려움을 경험하고 또 해결해야 하는 만큼 서로가 머리를 맞댄다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달 초 열린 제53회 한일경제인 회의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한일 간 '청년 일자리 협력'을 제안했다.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 문제를 양국 기업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내서 상호 간 협력으로 풀어보자는 취지다. 지난해 한국 청년들의 체감 실업률은 25.4%에 달했다. 반면 일본은 구직자당 직장 수가 1.18개로 우리와는 확연히 다른 상황이다. 양국 경제계가 구인 플랫폼을 공동 운영하여 인력 교류를 늘리고, 취업 박람회를 활성화하는 등 현실적인 방안으로 협력을 시작한다면 생각보다 문제가 쉽게 풀릴 수도 있다.

지금의 한일 관계는 과거가 미래를 결정하는 구조다. 미·중 패권경쟁, 4차 산업혁명, 기후변화 등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양국의 갈등 상황은 서로에게 득 될 것이 없다. 풀 수 있는 문제들부터 정확히 구분해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간 차원에서 더 많은 소통과 교류,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그 첫 단계는 양국 경제계가 실천 가능한 협력 분야를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시도해 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금 복잡하게 꼬여 있는 한일 관계의 매듭이 하나하나 풀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전글, 다음글
코딩역량이 국가경쟁력
한일관계, 경제로 매듭 풀자
M&A 펀딩 규제 과감히 풀어야

익산상공회의소

(우)54620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인북로 187 (남중동) 익산상공회의소

Copyright (c) 2017 iksancci, All Right Reserved.